세계관
궁에서 시작된 파동은 사람과 짐승, 이야기를 바꾸었다.
닫힌 궁의 바깥에서 통하는 질서와 귀물, 능력에 관한 기록.
세계 개요
1685년 섣달, 궁에서 시작된 파동이 조선 전역을 휩쓸었다. 궁문은 닫혔고, 거리에는 귀물이 나타났다. 왕이 강화도로 떠난 뒤에도 한양에는 사람들이 남았다.
현재는 병인년인 1686년 유월, 궁에서 사건이 일어난 지 반년이 지난 때다. 귀물과 죽음에 익숙해진 뒤에도 시장은 열리고 흥정은 계속된다. 하급 귀물은 피할 수 없는 재앙보다는 자주 치워야 하는 골칫거리로 여겨진다.
궁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한 차례의 파동이 조선 전역을 휩쓸었다. 직후 궁이 스스로 닫혔다. 귀물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능력자와 이형, 요괴도 생겨났다.
왕이 강화도로 거처를 옮겼다. 한양에 남은 이들은 각자 살길을 찾기 시작했다.
재이도감이 설치되고 등제표가 반포됐다.
귀물이 거듭 출몰하면서 토벌과 잔해 거래가 자리 잡았다.
현재. 사건 후 반년.
공간과 궁
궁궐
파동이 시작된 곳. 봉쇄금역으로 지정됐으며 내부 사정은 알려져 있지 않다.
도성 안
시장과 통행 단속, 신분에 따른 체면은 남아 있다. 다만 재판과 형 집행은 멎었다.
성저십리
피난민촌과 매장지, 농경지가 뒤섞인 도성 바깥 지역이다. 관청이 돌보지 못한다.
한양 바깥
흘러든 사람과 소문, 드문 보고로 소식을 접한다. 전해지는 말의 진위는 알기 어렵다.
귀물
귀물은 재앙의 기운이 시체나 짐승, 사물, 장소를 바탕으로 생겨난 존재다. 인간의 시체만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바탕이 된 것이 습성을 정하고, 쌓인 기운의 양이 등급을 정한다. 습성과 등급은 별개여서 같은 습성을 지닌 귀물도 서로 다른 등급으로 나타날 수 있다. 매장지나 버려진 창고, 폐가처럼 기운이 오래 뭉친 곳일수록 상위 개체가 나온다.
역귀
하급 · 중급 · 상급고유한 이능이 없어 화살과 창, 화승총으로도 죽일 수 있다. 하급은 짐승 정도의 힘을 지녔지만 수가 많아 위험하다. 중급은 사람을 뛰어넘는 힘과 속도로 관군 여럿을 상대하며, 상급에게는 한 부대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대역귀
하급 · 중급 · 상급고유한 이능을 지녀 일반 무력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고 능력자가 필요하다. 하급은 하나의 이능을 단발로 쓰며, 중급은 더 강하고 복합적인 힘을 쓴다. 상급은 주변 지형과 기후, 사람들의 마음까지 뒤튼다.
개체명
통상 등급 밖영노·염치·금오·고마처럼 이름이 붙은 특이 귀물이다. 규모와 성질이 서로 달라 통상의 등급으로 묶지 않는다.
능력과 무구
파동으로 얻는 능력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일이 반영된다. 직업과 습관, 집착, 오랫동안 품은 바람이 힘의 형태를 정한다.
뱃사공의 노가 물을 다루는 힘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백정의 칼이 지닌 ‘가른다’는 성질이 거리나 관계를 나누는 힘으로 바뀌기도 한다. 같은 일을 해도 같은 능력을 얻지는 않으며, 본인도 유래를 모를 수 있다.
무구식 다수
자신의 삶에서 비롯된 힘을 쓴다. 오랫동안 함께한 물건 하나가 무구가 되고, 능력의 형태도 정해진다. 힘을 빌려주는 별도의 존재와 협상할 필요는 없다.
- 무기뿐 아니라 농기구·생활용품·악기·서책·장신구도 무구가 된다.
- 한 사람에게 무구는 하나이며, 원주인만 사용할 수 있다.
- 무구를 빼앗기면 원주인과 빼앗은 사람 모두 쓰지 못한다.
신내림식 소수
모신 존재에게 힘을 빌린다. 활용의 폭은 넓지만 그 존재가 요구를 하거나 힘을 내주지 않을 수 있다.
- 모신 존재의 실제 정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 신령·조상·장군·짐승·이계의 존재 등 자신을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 이형과 같은 것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서로 다른 계통이다.
이형과 요괴
이형
파동 때 일부 짐승이 사람꼴과 지혜를 얻었다. 사람의 몸에 귀와 꼬리, 눈, 털 같은 짐승의 특징이 남으며 그 정도는 제각각이다.
살아 있는 존재로 귀물과 구별된다. 도감에는 ‘이형(짐승 이름)’으로 적는다. 스스로 수인이라 여기며, 세간에서는 짐승붙이라고도 부른다.
요괴
파동이 민담과 전설, 소문 속 모습을 빚어낸 존재다. 이야기 속 모습과 기억, 성정을 지닌 채 태어나며, 그 기억은 실제로 겪은 세월이 아니라 이야기에서 온 것이다.
모두 인간형이며 성정은 바탕이 된 이야기를 따른다. 하나의 이야기에서는 한 개체만 생기므로, 이 세계의 구미호도 하나뿐이다.
도감품 등제표
재이도감이 반포한 기준에 따라 사람의 전투 능력을 부르는 품계다. 관직이나 임명, 신분과는 관계없다. 정식 심사보다 활약과 소문에 따라 달라져, 이름이 부풀려지거나 실력이 낮게 알려지는 일도 있다.
| 도감품 | 대응 대상 | 기준 |
|---|---|---|
| 정1품 | 대응 등급 없음 | 대역귀 상급을 홀로 쓰러뜨린 이에게만 붙는 호칭이다. |
| 정2품 | 대역귀 중급 | 한양에서 손꼽히는 강자. |
| 정3품 | 대역귀 하급 | 소규모 전투의 중심을 맡을 수 있다. |
| 정4품 | 역귀 상급 | 무능력 등제자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품계. |
| 정5품 | 역귀 중급 | 역귀 중급을 상대할 수 있는 수준. |
| 종6품 | 역귀 하급 | 가장 낮은 등제. 역귀 하급 한 마리도 위험할 수 있다. |
질서와 생활
- 사법
- 조정의 재판과 형 집행이 멎었다. 영장과 판결, 유배 같은 절차는 작동하지 않고 기존 순라군과 포졸도 제 힘을 쓰지 못한다. 한성부와 재이도감이 현장에서 판단하고 집행한다.
- 신분질서
- 양반·중인·상민·천민의 구분은 남아 있지만 예전만큼 힘을 쓰지는 못한다. 신분과 도감품이 함께 통용되며, 도성 안에서는 도감품이, 성저십리에서는 완력과 소속이 우열을 가른다.
- 조정과 관청
- 왕은 강화도로 피신했다. 한양에서 보고를 올려도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지시와 임명, 재가가 끊겨 두 관청은 각자 판단으로 움직인다.
- 잔해 거래
- 귀물을 처치하고 남은 조각은 새로 자리 잡은 재화다. 매입과 판매는 만전도중을 통해 이루어지고 시세는 매일 달라진다. 토벌꾼은 잔해를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고 관청도 그 수입으로 운영된다.
- 화폐
- 상평통보와 현물을 함께 쓴다.
- 통행
- 한성부가 성문과 야간 통행을 통제한다. 성저십리의 밤길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다.
- 지방 소식
- 봉수와 파발은 사실상 끊겼다. 피난민과 외부를 오간 사람에게 소식을 듣지만, 전해진 말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용어사전
- 파동
- 1685년 섣달, 궁에서 시작해 조선 전역을 한 번 휩쓴 보이지 않는 힘. 능력·이형·요괴 모두의 기점이다.
- 귀물鬼物
- 재앙의 기운이 시체·짐승·사물·장소를 바탕으로 생겨난 존재.
- 잔해殘骸
- 귀물을 처치한 뒤 남는 조각. 새로 자리 잡은 재화로, 매입과 판매는 만전도중을 통한다.
- 도감품
- 재이도감의 등제표를 기준으로 부르는 전투 능력의 품계. 관직이나 신분과는 무관하다.
- 무구巫具
- 무구식 능력자의 인생이 깃든 물건 하나. 원주인만 쓸 수 있고, 빼앗으면 양쪽 다 쓰지 못한다.
- 무패無牌
- 능력 없이 무예와 실전 능력으로 등제된 사람에게 붙이는 표기. 상한은 정4품이다.
- 신내림식
- 모신 존재의 힘을 빌리는 능력 계통. 유연하지만 협상·거부·요구가 따라온다.
- 이형異形
- 파동 당시 사람 꼴과 지혜를 얻은 짐승. 수인이라 하며 세간에서는 짐승붙이라 부른다. 산 자이며 귀물이 아니다.
- 요괴妖怪
- 파동이 이야기를 읽어 빚은 존재. 이야기 하나에 개체 하나뿐이다.
- 봉쇄선
- 궁궐을 둘러싼 경계. 재이도감이 맡고 차출된 병졸들이 출입을 제지한다.
- 등제登第
- 등제표에 이름을 올리는 일. 품계는 정식 심사보다 활약과 소문에 따라 달라진다.
- 개체명
- 이름을 얻은 특이 귀물 — 영노·염치·금오·고마. 등급 체계 밖의 존재다. 도감 보기 →
- 사법 마비
- 조정의 재판과 형 집행이 멎은 상태. 기존 절차 대신 현장에서 힘을 가진 이들이 판단하고 집행한다.